극지 해빙 감소,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요동친다…지구의 경고
극지 해빙 감소, 지구의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하다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은 최근 발표한 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북극과 남극 바다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해류의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극지 해빙 감소는 단순히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신호입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적 데이터로 그 변화를 보여주며,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실체를 다시 일깨우고 있습니다.
연구 배경: 얼음이 녹으면 바다가 바뀝니다
극지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후 엔진’이자,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거대한 거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극지 해빙 감소가 진행되면서 이 반사율이 낮아지고,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더 강하게 불고, 해류는 복잡하게 꼬이며, 해양의 평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해빙 감소가 바다의 움직임, 즉 ‘중규모 수평 교란(mesoscale horizontal stirring)’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를 세계 최초로 정량적으로 규명한 것입니다.
연구 방법: 초고해상도 기후모델로 본 미래의 바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하여 수행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결합기후모델(CESM-UHR)을 이용해 대기, 해빙, 해양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구현하였습니다. 이 모델은 대기 0.25°, 해양 0.1° 수준의 세밀한 격자를 사용해 실제 지구의 바다를 거의 그대로 재현합니다.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수준, 2배, 4배로 설정하여 각각의 조건에서 바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비교했습니다. 특히 ‘유한 크기 리아푸노프 지수(FSLE)’라는 척도를 사용해 바다 속의 소용돌이와 난류의 강도를 정량화했습니다. FSLE 값이 클수록 바다가 더 거세게 휘저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 결과: 해빙이 줄수록 바다는 더욱 요동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극지 해빙 감소가 심화될수록 바다의 중규모 수평 교란이 눈에 띄게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극에서는 얼음이 줄어들면서 바람이 바다 표면을 직접 밀어 표층 난류가 강해졌습니다. 남극에서는 녹은 해빙이 담수 유입을 일으켜 밀도 차이를 확대하고, 이로 인해 연안 해류와 난류가 함께 강화되었습니다.
결국, 북극과 남극은 서로 다른 원인으로 인해 교란이 심화되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바다가 휘저어지고, 해류는 불안정해지며, 해양의 에너지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 극지 해빙 감소가 진행될수록 북극해의 중규모 수평 교란이 뚜렷하게 강화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수준(왼쪽)일 때보다 4배 증가한 조건(오른쪽)에서, 3월 북극해의 해류 흐름이 훨씬 복잡해지고 소용돌이 강도가 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극지 해빙 감소는 남극해에서도 해양 교란을 가속화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왼쪽)보다 4배 높아진 조건(오른쪽)에서, 9월 남극 연안의 수평 교란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며 해빙 감소와 함께 난류가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숫자로 본 변화: CO₂ 4배 시나리오의 경고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네 배로 늘어날 경우, 북극과 남극 연안의 해빙 면적은 급격히 감소합니다. FSLE 지표는 두 배 농도에서는 약 30%, 네 배 농도에서는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해빙이 절반으로 줄면 바다의 교란은 두 배 이상 강해진다는 뜻입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모델 계산이 아니라, 극지의 실측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도 일관된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극지 해빙 감소가 단순한 계절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변화임을 입증하였습니다.
극지 해빙 감소가 불러오는 생태계의 연쇄 반응
해빙이 줄어들면 해양 생태계는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얼음 아래 서식하던 미세조류가 사라지면, 이를 먹이로 삼던 플랑크톤과 어란의 생존율이 떨어집니다. 그 결과, 물고기, 바다표범, 펭귄, 북극곰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더 나아가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가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하여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또다시 해빙이 녹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결국 극지 해빙 감소는 바다의 흐름, 기온, 생태계, 나아가 인류의 생활까지 연결되는 복합적인 문제로 이어집니다.
연구진 소개 및 연구 의의
이번 연구는 제1저자 이규석 연구원, 교신저자 이준이 교수(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IBS 기후물리 연구단)가 주도하였으며, 권은영·이순선·김명현·박원선 연구위원과 Karl Stein, 악셀 팀머만 단장이 공동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해상도 모델을 통해 극지 해빙 감소가 바다의 교란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는 전 지구 해양의 열 순환과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 연구는 2025년 11월 5일 국제학술지 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되었습니다.
정책적 시사점과 우리의 역할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 관측, 환경 정책, 에너지 전략에 모두 깊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극지 바다의 변화는 수산자원 분포, 해양 항로 안전, 탄소 순환 등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극지 해양 감시망을 확대하고, 고해상도 예측 데이터를 정책 결정에 활용해야 합니다. 시민 개개인도 탄소 배출을 줄이고, 극지 환경 보전을 위한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극지 해빙 감소는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의 책임이자 숙제입니다.
맺음말: 해빙이 사라진 미래,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지금 지구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얼음이 줄어드는 속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바다는 이미 변화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극지 해빙 감소는 더 이상 먼 북극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토대로, 인류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탄소를 줄이고, 해양을 지키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보전하는 것 —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대신 수소로 달리는 수소열차는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우리의 통근길을 바꾸고,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