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원인, 스트레스가 뇌 속 단백질을 바꿔 감정을 무너뜨린다

우울증 원인, 뇌 속 미세한 변화가 감정을 흔든다

우울증 원인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이 발표한 연구는, 스트레스가 뇌 속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감정 회로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세로토닌 부족으로만 설명하던 기존 이론을 넘어, 뇌의 분자 수준에서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습니다.

이 내용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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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배경: 왜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나

기존의 항우울제는 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효과를 보는 환자는 절반에 불과하고,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에 IBS 연구진은 “우울증의 뇌 속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뇌 신경세포 간의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당쇄화(glycosylation)라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당쇄화는 단백질에 당(糖) 분자를 붙여 그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 미세한 변화가 뇌 회로의 안정성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연구 목적: 분자 수준에서 감정 조절의 실마리를 찾다

연구팀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 첫째, 만성 스트레스가 뇌의 어떤 부위에서 단백질 변화를 일으키는지 규명하기.
  • 둘째, 그 변화가 실제로 우울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검증하기.
  • 셋째, 변화를 되돌릴 경우 감정 회복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였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생쥐를 이용한 만성 스트레스 모델을 만들고, 뇌의 여러 부위를 분석해 감정 회로의 핵심을 찾아냈습니다.

실험 설계: 스트레스가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우울증 원인: 만성 스트레스 우울증 모델과 멀티 오믹스 분석

▲ 만성 스트레스 우울증 모델과 멀티 오믹스 분석

연구팀은 생쥐에게 장기간 스트레스를 주어 우울증 행동을 유도한 뒤, 뇌의 9개 영역을 분석했습니다. 단백질, 유전자, 당쇄화 변화를 동시에 살펴보는 멀티 오믹스(Multi-Omics) 분석을 통해 감정 회로의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특히 전전두엽(mPFC)에서 O-당쇄화(O-glycosylation)가 비정상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전두엽은 판단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중심 영역으로, 우울증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입니다.

뇌 당쇄화 변화의 시각적 비교

정상과 스트레스 마우스의 뇌 당쇄화 변화

▲ 정상과 스트레스 마우스의 뇌 당쇄화 변화

정상 생쥐(CON)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쥐(CVS)의 뇌를 비교한 결과, 전전두엽(PFC)과 소뇌 피질(CC)에서 당쇄화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색상은 당쇄화 수준의 차이를 나타내며, 이는 스트레스가 뇌의 분자 구조 자체를 교란시킨다는 근거로 해석됩니다.

St3gal1 효소가 감정 회로를 조절한다

연구진은 이 현상의 중심에 있는 효소 St3gal1을 발견했습니다. 이 효소는 단백질의 당 사슬 끝에 시알산(sialic acid)을 붙여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St3gal1이 줄어들면 단백질이 불안정해지고, 신경세포 간 연결이 약해지면서 감정 회로가 무너집니다. 반대로, St3gal1을 회복시키면 감정 조절이 정상화되었습니다.

▲ 전전두엽의 St3gal1 발현 감소에 따른 정상 마우스의 우울증 행동 유도

▲ 전전두엽의 St3gal1 발현 감소에 따른 정상 마우스의 우울증 행동 유도

정상 생쥐의 전전두엽에서 St3gal1 발현을 억제하자 스트레스 없이도 우울 행동이 나타났습니다. NSFT(긴장 반응)와 SPT(무쾌감증) 검사를 통해 효소 감소가 실제 감정 변화로 이어짐을 확인했습니다.

감정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

St3gal1 발현 증가 시 우울증 행동 완화

▲ St3gal1 발현 증가 시 우울증 행동 완화

스트레스 모델 생쥐의 전전두엽에서 St3gal1 발현을 회복시키자 우울 행동이 완화되었습니다. 단맛 선호 검사(SPT)에서 정상 수치로 회복되었으며, 절망·낙담 행동이 줄었습니다. 즉, 뇌의 미세한 화학적 균형 회복이 감정의 회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연구진과 논문 정보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의 이창준 단장이보영 연구위원이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서영숙 선임연구원이 제1저자로 수행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Abnormal O-Glycan Sialylation in the mPFC Contributes to Depressive-like Behaviors in Male Mice”이며, 2025년 10월 4일 Science Advances에 온라인 게재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번 연구는 우울증 원인을 단순한 심리 문제로 보지 않고, 뇌의 생물학적 변화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즉, 마음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우울증 원인이 사실은 뇌의 세포 간 미세한 화학적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향후에는 뇌의 당쇄화 균형을 조절하는 치료제나 진단 지표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을 넘어 뇌의 병이다

우울증 원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첫걸음입니다. 감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왜 나는 이토록 힘든가”라는 질문에 생물학적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기초과학연구원과 같은 연구기관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감정의 과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치료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